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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수승대의 명칭변경 고시 유감


거창한신문 기자 / korea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5일
                   하종한, 경남도립거창대학 교수
                   전)경남도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위원장

지난 9월 2일 거창 ‘수승대’를 ‘수송대’로 변경하기로 했다는 문화재청의 느닷없는 발표로 지난 한 주간동안 거창군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대응 언론보도가 있었고 군 담당과장의 문화재청 항의방문 그리고 많은 지역민의 반대 의견서 작성 및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반대의견 등록, 그리고 우리 지역 김태호 국회의원의 총리와 문화재청장에 반대 입장 전달 등이다.
이번 일의 발단이 된 9월 2일자 문화재청의 보도 자료를 보면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명승 별서정원 22개소 중 예천 선몽대 일원을 비롯한 11개소 정원의 만든 이와 소유자, 정원의 변화과정, 정원 명칭의 유래 등을 고증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몇몇 정원의 지정가치와 역사성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새롭게 밝혀냈다. 정원의 유래가 새롭게 확인된 곳은 담양 소쇄원, 거창 수승대, 담양 식영정 일원 등 3개소이다.
▲ 거창 수승대의 이름은 퇴계 이황의 제명시(수승대에 부치다, 寄題搜勝臺)를 따라 지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수승대에 앞서 ‘수송대(愁送臺)’라는 명칭이 삼국시대 옛 신라와 백제의 사신이 이곳에서 송별할 때 마다 근심을 이기지 못하여 수송이라 일컬었다는 설과 뛰어난 경치가 근심을 잊게 한다는 설이 전해지면서 조선시대에는 수승대와 수송대가 혼용되어 불렸다. 오랫동안 불려왔던 명칭의 연원을 확인함에 따라 개칭 이전의 원래 명칭인 ‘수송대’로 변경하기로 하였다.”라고 역사성 검토결과를 공개하였다.
이 내용이 정확치 못한 점은 두 가지이다.
먼저 “중요한 정보를 새롭게 밝혀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랫동안 불려왔던 명칭의 연원을 확인함에 따라”라고 하여 모르던 내용을 새롭게 찾아낸 것처럼 기술하고 있으나 2008년 명승지정 당시에 해당업무를 수행하였던 거창군 박물관 구본용 관장은 “문화재 지정 당시 신청서상에 분명히 이 내용이 포함되어 신청되었으며, 당시의 지정신청서와 근거자료가 군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명칭의 연원’은 새롭게 확인된 것이 아니다.

두 번째로 “조선시대에는 수승대와 수송대가 혼용되어 불렸다”는 것으로 이 내용은 근거가 명확치 않다. 1700년대의 지도에서 수송대로 기록한 것이 있는 등 1800년 이전까지 간혹 그 기록이 보이기는 하나 이것은 지도제작자 등 변경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전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나 또는 문학적 표현을 위해 과거의 명칭을 사용한 것 정도로 보아야 할 것으로, 수송대에서 수승대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퇴계문집에 수록된 위 수승대 제명시에 “그 이름이 아름답지 못해 수승으로 바꾸자 하니 여러 사람들이 모두 옳게 여기더라”라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으며 1800년 이후에 ‘수송대’는 어떤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현재 거창군민들은 수승대 경내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국제연극제와 더불어 수승대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어떤 의문이나 어려움이 없다.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과거 삼국시대에는 수송대로 불렸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도 수승대 경내의 안내판에는 위 내용을 기록하여 거창군민 뿐만 아니라 수승대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연원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재청은 이러한 지역민들의 반대의견들을 수용하여야 한다. 명칭변경은 안될 일이다.
어떤 지역에나 그 지역의 인물들과 특정한 사건들, 그리고 그 지역만의 문화가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시간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역사는 한 가지 사실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거창의 예를 들어보면, 거창군 가조면 도리에서는 수포대가 있다. 김굉필 선생과 동서지간인 평촌(坪村) 최숙량(崔淑梁) 선생이 이곳에 거주하였으므로 함양 지곡의 개평에 거주하던 일두 정여창 선생과 처가인 합천 야로에 거주하던 한훤당 김굉필 선생이 만나는 중간기점이 된다. 이들은 무려 5년 동안이나 이 수포대에서 도덕과 학문을 가르쳤는데 조선 초기 이 두 현인의 수포대 강학은 원학동 문화권이라는 향토문화 뿐 아니라 영남문화권의 꽃이 되었다.

이 수포대 강학을 통하여 변화된 것들이 있으니 그 첫째가 산과 마을의 명칭이 바뀐 것이다. 오대산이었던 산 이름이 “오도산(吾道山)” 즉 우리들에게 인간의 도리를 깨우친 산이란 뜻으로 바뀌었고, 마을이름도 원래는 도동(道洞), 홍강포(鴻江浦)였으나 도를 깨우친 마을이라는 뜻의 “도산당(道山堂)”과 대학을 강의한 곳이라는 뜻의 “대학동(大學洞)”으로 바뀌었다.
또한 동계 정온은 병자호란 때 끝내 척화(斥和)를 주장하며 자결코저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덕유산 모리에서 숨어살다가 73세로 여생을 마쳤다. 그 이후 덕유산 한 자락인 그 산의 명칭은 모리산이 되었으며, 후세 유림들이 그의 충절을 기려 그 산에 세운 재실이 모리재이다.
이처럼 그 지역의 역사는 그때그때의 인물과 사람들, 사건들을 반영하여 만들어지고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삼국시대 접경지역의 이별 장소였던 수송대에서 1,000년이 흐른 뒤에 퇴계 선생이 수승대라는 이름을 입혔고 다시 500년을 이어온 것이 현재 지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수승대의 역사로서 이 명칭은 아무 거부감 없이 잘 사용되고 있다.
수송대로 명칭을 바꾸자는 것은 그 지역의 누적된 역사 중 한 단면만 보자는 것 밖에 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이것은 “지정기준을 만족하는 정도 및 역사성”을 동시에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는 문화재의 지정사유에도 오히려 미달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변경 고시한 내용의 근거는 「자연유산(천연기념물 및 명승)지정명칭 부여 지침」 제 6조의 6개호 중 ‘2. 현재 사용 중인 명칭의 대표성이 결여되었거나, 새로운 사료나 문헌자료의 발견 등으로 변경할 경우에는 역사적 고증과 학술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에 따른 것으로 “새로운 사료나 문헌자료의 발견”이 아닌 것이 확인되었고 “역사적 고증과 학술적 검토”도 아직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 고시의 내용은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이번 변경고시의 진행과정에서 문화재청은 같은 지침 6호 중 ‘1.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를 고려하지 않았고 ‘3. 해당 자치단체 및 관리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분쟁 등의 논란이 발생되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침을 이행하지도 않았다.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가 요구된다.
거창한신문 기자 / korea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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