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국제연극제 그 감동의 무대

올해로 스물여덟번째 맞은 거창국제연극제가 18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모두 끝이 났다. 그동안 거창국제연극제를 관장해오던 거창국제연극제 육성진흥회의 주도권다툼내홍이 법적공방으로 비화되자 거창군이 올해 확보한 관련예산 10억원(국, 도, 군비)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때 군민적 관심사는 거창국제연극제 개최여부로 쏠렸다.

심지어는 이러다 자칫 거창국제연극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게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사)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가 연극제관련 일체의 예산지원을 받지 않고 순수자비로 제28회 거창국제연극제를 개최키로 하면서 거창국제연극제개최여부가 불투명한데 따른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예산지원 한 푼 없이 순수자비로만 연극제를 개최해야하는 열악한 환경과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거창국제연극제의 명맥을 이어가기위해 온몸을 던진(사)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의 자기희생의 결단이 없었더라면 거창국제연극제의 앞날은 과연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주최 측은 “이번 제28회 거창국제연극제는 그동안 연극제육성진흥회의 주도권다툼 내홍으로 실추된 이미지 정상화는 물론, 축제의 문화성을 바탕으로 세계화, 관광상품화, 문화산업화를 구체화해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이미 밝힌바 있다.

예산지원금 한푼 받지 않고 무려10억여 원이 소요되는 거창국제연극제를 순수자부담으로 개최한다는건 어찌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인 만큼,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둔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이종일위원장과 관계자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이번 연극제는 열악한 재정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더위에 지친 관객들에게 한여름밤의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고 보면 아무리 칭찬을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인생의 빛 연극의 산화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거창국제연극제는 주최 측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인간의 예술, 연극의 본질과 원형 및 축제의 사회적 공감을 통해 인간과 사회적 존재가치를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감동의 향연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지난달 29일 개최된 개막공연 들소리의“ 뜻밖의 외출”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이 공연은 그야말로 혼을 불사른 명품공연이었다고 감히 평가하고싶다.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식이 열린 이날은 각계각층의 내외귀빈과 관람객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전체관람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거창국제연극제의 시작을 알린 들소리의 “뜻밖의 외출”공연은 한여름밤의 무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의 감동적인 무대였다.

남성1명, 여성4명으로 구성된 들소리 공연멤버들은 이날 공연을 통해 공연 내내 역동성과 파워풀(POWerful)한 몸동작과 각양각색의 악기에서 뿜어내는 화음은 무대를 가득매운 관객들의 갈증을 맘껏 삭혀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들의 공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를 더해갔고, 공연을 통해 마침내 출연진과 관객이 상호교감을 이루면서 공연장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누가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도 공연 중간 중간 자연스레 출연진과 관객이 하나가되어 연신 땀이 비오 듯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출연진들은 이에 조금도 아랑곳 않고 순간의 감정에 몰입, 혼을 다한 연기를 관객에게 선사했고, 관객들 또한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자리를 지키며 기립박수로 화답하는 등 성숙한 관람매너를 보여줬다.

이런 분위기 탓에 공연도중 잡담을 하거나 자리를 떠는 관람객은 단 한사람도 없었고 출연진 역시 열광의 도가니에 흠뻑 빠져든 분위기에 편승, 덩달아 신이 나 각자자신들이 맡은 연기에 혼을 불살랐다. 그야말로 이번 개막공연은 출연진도 관객도 하나가 되어 혼을 불사른 명공연 이었음에도 틀림없다. 이로써 한때 예산문제로 거창국제연극제 개최여부가 불투명해 잠시나마 조마조마했던 지역민들과 내외 관객들의 가슴속을 속 시원히 씻어내는 계기가 되었고, 이번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뒤이어 개최된 나머지 공연들도 개막공연 못지않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한 여름밤 무더위에 지친 관객들에게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이제올해 연극제는 모두 끝이 났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이번 연극제를 계기로 스스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내홍’의 중심이 아닌 그야말로 국내최고의 명품축제라는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뼈를 깎는 자기성찰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